
전화 한 통이 동맹의 속살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시리아에서 병력을 빼고 레바논에서도 물러서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가 건넨 문장은 짧고 날카롭다. "그들은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우방의 입에서 나온 이 한마디는, 아사드 이후의 시리아를 둘러싼 힘의 지형이 조용히 바뀌고 있음을 알린다.
아사드 없는 시리아, 새 질서의 공백
2024년 12월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뒤 시리아에는 힘의 공백이 생겼다. 이스라엘군은 그 틈을 타 시리아 남부를 점령했고, 레바논 남부에서도 진지를 유지해 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같은 사태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국경 밖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워싱턴의 셈법은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달에 걸쳐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의 새 안보 협정을 중재해 왔다. 시리아에는 아흐메드 알-사라의 과도정부가 들어섰고, 미국은 점령지의 단계적 반환을 그렸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요구받은 양보에 응하지 않은 데 있다.
전화기 너머의 압박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지난 9일 네타냐후와 통화하며 시리아 주둔이 긴장을 키우고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 병력을 재배치해야 한다." 트럼프는 레바논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를 되풀이했다. 네타냐후는 국경을 따라 안보 지대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섰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백악관은 대화 내용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견고한 관계와 이스라엘이라는 우방의 가치를 강조하는 선에서 답을 갈음했다. 통화는 트럼프가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에서 알 사라를 만난 다음 날 이뤄졌다.
로마에서 이어진 협상
같은 시각 외교의 다른 축은 로마에서 돌아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직접 협상 여섯 번째 라운드가 이탈리아 로마의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것이다. 두 나라는 6월 26일 워싱턴에서 서명한 삼자 틀을 어떻게 이행할지를 놓고 마주 앉았다. 이 합의로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의 두 시범 구역에서 철수하고, 그 자리에 레바논군이 들어와 헤즈볼라 무장 해제를 맡기로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약속한 철수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시범 구역에 헤즈볼라의 무기가 남아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하고, 레바논은 그 판정을 미군이 맡아야 한다고 맞선다. 이스라엘 국방군 관계자들은 통화 보도 자체에 당혹스러워하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세달 앞의 선거가 드리운 그림자
전문가들은 네타냐후가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 본다. 약 석 달 뒤 이스라엘 총선이 예정돼 있고, 이 선거는 그의 정치생명과 직결된다. 점령지 철수는 연립정부 안 강경파를 자극하는 뇌관이다. 남부 시리아와 레바논을 오래 붙들려는 세력, 그곳에 정착촌을 세우자는 목소리까지 있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전화기를 든 무게는 가볍지 않다. 힘으로 얻은 땅은 힘이 빠지는 순간 가장 먼저 흔들린다. 완충지대라는 이름의 방패가 언제까지 방패로 남을지, 그 답은 전장이 아니라 표심과 협상 탁자 위에 놓여 있다.












